- 머릿글
2023년 6월 5일, WWDC23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WWDC는 WorldWide Developer Conference의 약자로, 세계개발자회의라는 뜻이다. Apple에서 개최하는 이 컨퍼런스의 키노트에는 새로운 iOS, macOS 등의 소프트웨어가 공개되기 때문에 개발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많은 관심을 쏟는다.
WWDC에는 필자와 같은 학생 개발자들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있는데, 바로 Swift Student Challenge다. 말 그대로 학생을 대상으로 한 Swift 공모전이다. 인증된 교육기관(초, 중, 고)의 재학생이거나 Apple Developer Academy 소속이라면 참가자격을 얻을 수 있다.
- 관심
2022년 5월 7일, 나는 iOS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Swift Student Challenge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때는 지원하기에 이미 늦었고, 제대로 된 앱 하나도 만들지 못하는 실력이었지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내년에 꼭 지원해야겠다!' 였다.
전 세계에서 350명(WWDC22 기준)만 수상작으로 선정될 수 있는 대규모의 공모전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그래서 이 공모전을 목표로 1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약 1년 후인 2023년 4월, 교내에서 iOS 개발자로서 정상에 섰다.
- 아이디어
4월 중순이었다. 드디어 WWDC23의 Swift Student Challenge 공지가 올라왔다. 주제는 '3분 안에 즐길 수 있는 반응형 앱'이었다. 제약 조건은 까다로웠다. 압축된 소스 코드가 25MB를 초과하면 안 됐고,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 iPad로 테스트한다고 쓰여 있었다.
나는 혼란에 빠졌다. '인터넷이 안 된다고?'. 여태껏 인터넷이 있어야 하는 서비스만 개발해왔던 나였기 때문에 엄청난 고민에 시달렸다. 해답을 찾은 건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바로 '알레르미'였다. 알레르미의 새로운 버전은 내가 만든 앱 중 유일한 오프라인 앱이었다.
- 기획
삼성 주니어 SW 창작대회에서 알레르미가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결과물이 우수해서가 아니다. 당시 알레르미의 개발 결과물은 사실상 엉망이었다. 좋은 스토리텔링과 머리에 쏙 박히는 이름, 그리고 미려한 디자인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알레르미의 디자인은 학생이 만든 것 치고 상당히 훌륭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은 완벽했다. 실제로 나는 많은 알레르기를 앓고 있고, '알레르기에 대한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는 알레르미가 제시한 문제점에 대하여 직접 증명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현지화'였다. 알레르기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일단 내가 경험해본 나라 중에는 한국이 가장 심각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알레르미였지만, 이 공모전은 미국에 현지화해야 하는데 미국에는 알레르기에 대한 인프라가 잘 마련되어 있다.
미국은 알레르미가 제시한 근본적인 문제가 이미 해결된 국가였다. 그래서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주소창의 주제는 ESG였고, 우리가 주소창에서 찾은 주제는 사회 문제 해결이었다. 하지만 Swift Student Challenge에는 그런 주제가 없었다.
알레르미의 주요 기능은 시중에 팔리는 제품들의 성분을 사용자의 알레르기와 비교해주는 기능이다. 이 점에서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건 '편리함'이다. 나는 알레르기 인프라에 대한 문제 해결보다는 알레르기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편리함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름은 Allermi가 아닌 Allergist가 되었다.
- 디자인
알레르미의 디자인은 둥글고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외국 앱들에서 이러한 디자인을 잘 찾아볼 수 없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을 대폭 수정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SwiftUI의 장점인 애니메이션을 활용하기로 했다.
아이콘도 변경했다. App Store의 아이콘을 오마주하여 서구권에서 음식을 상징하는 포크, 나이프로 Allergist의 첫 글자인 A를 만든 형상으로 디자인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앱 아이콘 중에서는 가장 호평받았던 아이콘이었다. 이렇게 디자인을 마쳤다.
- 개발
프레임워크 의존성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SnapKit이나 FlexLayout와 같은 라이브러리에 오토레이아웃을 의존하는 UIKit을 사용하기엔 제약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SwiftUI를 적극 활용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도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음 글에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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