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HWP를 사용하다가 화가 난 상태로 작성했기 때문에 근거 없는 극단적인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갈라파고스화?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갈라파고스화라는 단어를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고유한 생태계를 고집하며 고립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일본의 갈라파고스화를 조롱하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훨씬 더 심하다.
지금은 없어진 ActiveX를 포함해 IE를 고집하거나, 보안프로그램을 강제하거나, HWP로 공공문서를 통일한다던가, EMV를 도입하지 않고 독자규격을 사용해 애플페이, 구글페이, 심지어 갤럭시 워치의 삼성페이까지 한국을 지원하지 않는다.
맥은 쓰지 말라는 한국만 사용하는 독자규격 HWP
우선 HWP부터 이야기해 보자. HWP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확장자일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모를 것이다. 독자규격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오픈소스로 풀리긴 했지만 그마저도 문제가 많아 HWP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한글과컴퓨터와 폴라리스밖에 없다.
나는 지금 애플 실리콘 맥북을 사용하고 있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HWP를 편집하려고 노력해보았다. 하지만 폴라리스는 가격이 너무 부담되었고 한컴스페이스는 불편했다. 패러렐즈는 버벅였고 맥용 한글 2014는 최악이었다.
공공기관 또는 대회를 주최하는 기업에서는 모두 HWP를 사용하는데 나에겐 너무 어려운 문제다. 그에 비해 맥용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는 최적화도 잘 되어있고,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제공해주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왜 ODF나 DOC를 사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손이 많이 가는 보안프로그램과 보안 키패드
인터넷 뱅킹이나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사용하면 항상 해야 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공동인증서 인증, 두 번째는 보안프로그램 설치이다. 공동인증서는 이미 증명된 보안 방식이라 이해는 가는데 보안프로그램이나 보안 키패드는 왜 쓰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우선 보안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하나하나 이름까지 기억할 정도로 정말 많이 설치했었다. 서비스 하나를 이용하는데 설치하는 보안프로그램이 5개 이상이었다. 얼마나 많았으면 보안프로그램을 전부 자동으로 설치하는 프로그램까지 있었을까.
이 보안프로그램들은 백그라운드에 항상 실행되고 있으면서 사용하는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메모리와 리소스를 잡아먹고 정작 하는 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보안프로그램들은 이미 구라로 판명났다. 내가 특정하진 않겠지만, '구라제거기'가 왜 나왔을까?
구글에 보안 키패드 또는 가상 키패드를 영어로 검색해보자. 한개도 안 나온다. 이 키패드는 한국만 사용하는 방식인데 오히려 이게 보안에 취약하다. 건강상태 자가진단의 가상 키패드는 나도 뚫었다. 손이 너무 많이 가는 한국의 보안 방식은 유일무이하다.
비접촉 결제, 독자규격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사람들은 애플페이가 한국에 도입된다는 소리를 질리도록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도입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삼성페이는 될까? 삼성페이는 가상으로 마그네틱을 구현하는 MST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건 삼성 뿐이다.
애플페이를 포함한 모든 비접촉 결제는 NFC를 사용한다. 심지어 삼성페이도 해외판은 NFC를 사용한다. 갤럭시 워치로 삼성페이가 안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NFC가 없어서 그런건가? 이건 모두 수수료를 회피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정책 때문이다.
비접촉 결제망인 EMV는 통일된 규격이다. 한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가가 수수료를 내며 EMV를 사용한다. 그런데 카드사들은 왜 수수료를 내기 싫어할까? 카드 수수료가 적기 때문이다. 당연히 카드사의 수익도 적어지고, EMV 수수료까지 낸다면 더 적어진다.
그래서 사용하는 게 독자규격 저스터치, 이름만 들어도 생소할 것이다. 왜냐하면 안 쓰기 때문이다. 카드는 그냥 칩 꽂으면 되고, 우리가 원하는 건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건데 MST 삼성페이를 제외하면 쓸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답답하다.
이 글을 쓴 이유
이 문제들의 대부분은 원인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다시 한번만 생각해봐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물론 내가 보안 전문가도 아니고 카드사 직원도 아닌 학생이지만 내 입장, 그러니까 고객의 입장으로 이 글을 적어봤다.
제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Objective-C 도전기 (0) | 2023.01.15 |
---|---|
등산 하는 개발자 - 2 (完) (3) | 2023.01.08 |
등산 하는 개발자 - 1 (2) | 2023.01.08 |
근황 (0) | 2022.12.01 |
방황하고 있다 (1) | 2022.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