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넷플릭스 머신으로 잘 쓸 줄 알았던 아이패드는 내 방 한곳에 방치되고 있었다. 펜슬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질렸고, 넷플릭스는 아이맥으로 보는 게 화질도 음질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대 단점은 코딩을 할 수 없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쪽으로 진로를 정한 후 공부를 해야 했던 나는 매번 아이맥으로만 공부할 수는 없었기에 맥북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패드는 중고나라에 올라갔다. 그래도 다행인게 몇달 뒤 리뉴얼된 아이패드 에어 4세대가 나왔다.
내가 선택한 맥북은 에어였다. 당시 프로는 애플의 고가 정책으로 인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고, 에어가 가위식 키보드를 탑재하고 리뉴얼되어 나비식 키보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내게 딱 맞는 맥북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구매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기종에는 히트파이프가 없었다. 제대로 된 발열 제어를 위해서 히트파이프는 필수라고 볼 수 있지만, i5급 CPU에 히트파이프도 없이 방열판에 바로 바람을 쐬는 기괴한 쿨링 방식은 무거운 작업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대참사가 일어났다. 파우치를 가방에서 꺼내는 도중에 지퍼를 깜빡하고 닫지 않아 맥북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덕분에 디스플레이 부분이 약간 휘었고, 애플케어도 없어서 수리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맥북을 바꿔야 할 이유는 없었다. 무거운 작업은 아이맥에서 하면 되고, 노트북에서는 단순 코딩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맥북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WWDC22에서 애플이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M1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성능은 이상적이었고, 속도는 환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도 없이 작동할 정도의 발열과 가성비라고 생각될 정도의 가격은 내 카드를 긁게 만들었다.
M1 맥북을 구매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 '결함이 있으면 어떡하지?', '내가 쓰는 프로그램이 호환될까?'. 하지만 이런 고민들은 배송이 오자 싹 사라졌다.
네이티브 앱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출시 초기임에도 Rosetta 덕분에 인텔용 앱도 네이티브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팬이 없어서 소음도 없었고 별로 뜨거워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벤치마크에서 내 데스크톱인 19년식 아이맥을 이겼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배터리였다. 인텔 맥북에어를 쓸 땐 충전기를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할 정도로 배터리 소모가 심했는데, M1 맥북에어는 장시간 해야 하는 작업만 하지 않는다면 1주일 이상 충전하지 않아도 최고 성능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여기서 최고 성능은, 다른 노트북들은 배터리로만 사용하면 배터리 절약을 위해 고의로 성능을 낮추는데 M1 맥북에어는 전성비가 너무 뛰어난 나머지 배터리만으로도 최고 성능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작년 말 기숙사 학교인 소프트웨어고 입학 시험에 합격하고, 나는 메인으로 쓸만한 노트북을 고르고 있었다. 아이맥과 맥북 에어를 두고 왜 새로운 노트북을 고민하고 있었냐면 아이맥은 학교에 가져가지 못하고 맥북에어는 메인으로 쓰기엔 성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1인당 20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지급한다고는 했지만 나는 맥OS가 편했고 보나마나 마음에 안 드는 이상한 노트북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에(진짜 그랬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
마침 M1의 상위 버전인 M1 Pro와 M1 Max, 그리고 이것을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가 출시했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맥북과 애플에 대한 생각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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